2주 전쯤 신랑이랑 재난기본소득으로
나랏님이 사주는 고기나 한 번 먹어보자며
집 근처 눈여겨 보던 하남 삼겹살집에 방문해 봤다.
외관이 상당히 독특하고 허름하지만 이런 곳일수록 맛집일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 고우!
뭔가 외관이 어마어마해 보이지 않는가?
간판 따로 없고 오로지 화려한 LED전광판으로
솥뚜껑삼겹살 이 계속해서 출력되고 있다.
이것도 얼마 전에 붙은거지 원래는 전광판도 없었다.
전형적인 노포 스타일인게 딱 우리 취향이라서
꼭 한 번 가보자 했는데 드디어 가게 됐다.
<솥뚜껑삼겹살>
정확한 위치는 덕풍시장에서 쭉 라인/서해아파트 방면으로
올라가다 보면 경희한의원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버스정류장과도 매우 가까운 편이다.
하남 토박이들이라면 무학프라자 건너편이라고 하면 알 듯.
안으로 들어가니 진짜 제법 연식이 있어 보이는 가게다.
요즘 레트로가 대세인데 억지로 꾸며낸 느낌의 레트로가 아닌
진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졌다.
오래된 고깃집이 그렇듯 벽이나 테이블, 바닥의
끈적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지만 그 외에는
전반적으로 깔끔하다고 해줄 수 있는 편.
냉장고에서 상추를 꺼내고 계시는 분이 사장님인데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고 말수는 적으셔도
은근 챙겨줄 거 다 챙겨주고 알아서 리필도 해다 주신다.
아마 안 바쁠 때라서 그러셨는지도 모르겠다.
자리마다 가운데 화구 위에
어마어마한 지름의 솥뚜껑이 떡 하니
올려져 있는 독특한 하남 삼겹살 맛집이다.
메뉴판은 벽에 걸려 있느 걸 보면 되는데
아니 가격이 이게 실화인가 싶다.
요즘 160~180g짜리 삼겹살집도 1인분에 15,000원에 육박하는 시대인데
200g에 달하는 국내산 생삼겹살이 1인분에 12,000원이다.
덕풍동 삼겹살 맛집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항정살이나 가브리살도 판매하고 있고
주문한 뒤에야 알게 돼버렸지만 오겹살도 같은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알았으면 오겹살을 시켰을 텐데!
(하지만 이 다음주에 또 가서 오겹살을 부수고 왔다.)
원산지 표기도 확실하게 잘 되어 있는 편이고
물과 커피는 셀프로 운영되고 있다.
추가메뉴 중 냉면이 맛있다는데
이날 결국 의외의 꿀맛에 반해 둘이서 3인분 먹어치워서
냉면은 먹지 못 했다.
벽면에 보면 굽는 순서 겸 맛있게 먹는 팁도 적혀 있다.
하남 삼겹살 맛집의 어마어마하게 큰 솥뚜껑 위에는
반드시 가운데 고기만 올려야 하고
감자, 두부, 버섯, 김치, 콩나물, 파절이 등의
사이드찬을 챙겨주면 그걸 꼭 테두리에 둘러야 한다.
안 지키면 혼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왠지 이렇게까지 강조해서 써 놓고 있다 보니
꼭 이렇게 해야할 것만 같아서 그대로 따라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메뉴판을 잘 읽어 보면
갈치속젓을 요청하는 사람에 한해 제공하고 있다.
추가금은 따로 없으며
아마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기 때문에 이렇게 운영하는 듯 했다.
쿰쿰한 맛, 아재스러운 맛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걸 본 이상 갈치속젓에 삼겹살을 곁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메뉴판에는 따로 적혀있지 않지만
공기밥도 따로 주문이 가능하고
셀프로 솥뚜껑 위에 볶음밥을 해먹을 수도 있다.
따로 볶음밥 주세요~ 할 필요는 없고
공기밥을 시켜서 남은 고기, 김치, 콩나물, 파절이 넣고
참기름장 휘휘 둘러서 볶아 먹으면 리얼 꿀맛이다.
볶음밥은 이 날 먹지는 않고
그 다음 주에 갔을 때 해 먹고 왔으니 그건 다음에 소개하겠다.
어마어마하게 지름이 넓고 큰 데다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반들반들한 솥뚜껑.
이 솥뚜껑이 덕풍동 삼겹살 맛집의 화룡점정이자 시그니처다.
다른 솥뚜껑삼겹살 집들에 비해서도
확실히 크기가 엄청 크고 반들반들해서 고기가 맛있게 익는다.
기름도 아래로 깔끔히 잘 떨어지는 구조.
처음에는 삼겹살 2인분과 카스, 참이슬만 주문했다.
나중에 1인분 추가해서 더 먹었지롱.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버섯과 양파, 두부를 가져다 주신다.
감자는 따로 준비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새송이 버섯도 제법 큼직하고 두툼하게
썰어다주는데 굽다 보면 늘씬해진다.
아래에 고기는 깔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대나무통에 담겨 나오는 점이 멋스럽고
육질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비계와 살코기 비중도 적당한 편이고
내가 좋아하는 오돌뼈도 콕콕 박혀 있다.
김치는 묵은지도 아니고 겉절이도 아닌
적당히 익은 배추김치를 항아리 가득 담아 내준다.
둘이 한 항아리 다 못 먹을 만큼 인심좋게 주는데
구워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시원하고 아삭하다.
젓갈 향이 많이 나는 김치가 아닌데도
은근 중독성이 있는 맛이라서 신기했음.
주문하고 불판 달궈져 고기를 올리기 시작할 무렵
된장찌개도 한 뚝배기 서비스로 가져다 주신다.
말 그대로 주방에서 펄펄 끓이던 상태로
바로 테이블에 직행시켜 주기 때문에
상상 초월할 정도로 뜨겁다.
입천장 다 날아갔음.
호호 식혀서 먹으면 안에 두부랑 호박, 버섯 등도 실하게 들어 있고
꽤나 맵싹하고 칼칼한 스타일이라서
고기 먹다가 중간에 입안 정리하기에도 딱 좋다.
꼭 식혀 드십쇼 제발...
그리고 쌈채소는 상추와 깻잎, 고추를 주시는데
푸릇푸릇하고 싱싱한 상태 합격점이다.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솥뚜껑이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고기를 한창 굽고 있다 보면
그 열기에 상추가 좀 바삭하게 타버리거나 흐물흐물해진다 ㅠㅠ
최대한 불판에서 채반을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할 듯.
우리집에서는 고기 굽는 건 항상 신랑 전담이다.
내 마음대로 집게를 집었다가는 혼쭐이 남.
그만큼 고기 굽는 것과 육질 판가름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인데
하남 삼겹살 상태 괜찮다고 인정했다.
두부와 김치, 버섯, 마늘과 양파까지 뺑 둘러주고
반찬으로 즉석에서 무쳐다 주시는 콩나물과 파절이도
반 정도 올려주면 한 상 완성이다.
콩나물이랑 파절이를 어찌나 인심 좋게도 주는지
반은 그냥 먹고 반은 구워 먹었다.
우리 부부는 고기집 가거나 횟집 가면
쌈장에 무조건 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먹는다.
매운 것을 5세 유아보다도 못 먹던 내가
매운 것을 잘 먹기 위해 트레이닝할 겸 시작했던 건데
이제는 이거 없으면 뭐 못 먹겠더라.
마늘도 리필 한 번 부탁드려서 추가로 받아 오고
솥뚜껑 위에서는 어느새 맑게 흘러내려오는
돼지기름에 파절이, 콩나물, 김치, 두부, 버섯, 양파가
고소하고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역시 하남 삼겹살은 김치콩나물삼겹살이 최고양!
남편은 쿰쿰한 향이 나는 젓갈류를 극혐하기 때문에
나만 먹으려고 하나만 받아 온 갈치속젓.
이것도 가게마다 스타일이 좀 다르기는 한데
이 날 찾아간 하남 삼겹살 맛집의 갈치속젓은 진짜 제대로다.
어마어마하게 콤콤한 향이 나고 비릿한 맛 보다는
시큼하다 싶을 정도의 젓갈인데
내 취향에 딱 맞았고
고기에 쌈장 대신 넣어 먹으면 풍미가 끝장난다.
앞뒤로 고루고루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은
한입 크기로 잘라주고~!
전부 셀프로 구워야 하는 곳인데
불조절은 오며가며 사장님이 눈치껏 해 주신다.
솥뚜껑이 워낙 커서 좀 허전해 보이기는 하는데
진심으로 가성비 좋게 배터지고 나올 수 있는 하남 맛집이다.
비계가 서걱거리는 느낌도 거의 없고
말캉하니 고소한 데다가
살코기는 육즙이 꽤 많이 뿜어져 나와서
다시 생각해도 이 가격대에 이런 하남 삼겹살이라니
로컬 맛집 하나 또 제대로 뚫은 기분이다.
깻잎에 갈치속젓, 삼겹살 올려 먹는 것도 별미였고
그저 김치와 콩나물만 곁들여 먹어도 맛있고
심지어 그냥 고기만 참기름장에 찍어 먹어도 느끼함 없이 아주 맛났다!
남산만 해진 배를 이끌고
힘겹게 집에 돌아와야 했을 만큼
푸짐하고 가성비 좋고 맛까지 끝내주는 하남 삼겹살집이었다.
'외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남 미사 맛집 가성비 좋은 냉삼 <굴뚝집> (0) | 2020.06.10 |
---|---|
하남 순대국 맛집 덕풍시장 먹거리순대국 (0) | 2020.06.07 |
하남 샤브샤브 샐러드바까지 풍성한 그린플레이트 (0) | 2020.06.06 |
[하남 덕풍동 맛집] 로컬포스란 이런 것이다 술꾼은 꼭 가야할 한맛인삼막걸리(오도독구이 a.k.a 오돌갈비) (0) | 2020.06.01 |
[이수역 맛집] 낯선한식븟다 낯설지만 편안하게 (1) | 2020.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