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친구의 청첩장을 기쁜 마음으로 받을 겸
동기 모임을 가지기로 해 이수역 맛집에 다녀왔다.
독특한 메뉴와 남다른 플레이팅으로 언젠가 꼭 가자고
노래만 부르다 드디어 다녀오게 됐는데 기회만 된다면 또 가고픈 곳.
<낯선한식븟다>
주소: 서울 동작구 사당로30길 28
연락처: 070-7543-5250
위치는 이수역에서 매우x10 가까운 편이다.
9번 출구로 나가 이마트로 연결된 통로를 올라간 뒤
사잇길 골목으로 쭉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가기 전부터 우리 네명인데 예약해야 하는 거 아니냐,
여기 평소에도 웨이팅 있다고 하는데 괜찮을까 이야기를
했는데 전화해 보니 이수역 맛집은 당일 예약은 불가했다.
크흡 전 날이라도 좀 부지런 떨어둘 걸 그랬지.
결국 가게 앞에 도착하자 마자 만석이 된 실내와
이미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이 적혀 있는 5팀을 보고
잠깐이나마 다른 곳 갈까 했지만 시간이 6시 반 정도로
일렀으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조금 쌀쌀했지만 밖에 웨이팅 전용 좌석이 있어서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우리 차례다.
실내로 들어가니 다소 좁다고 느껴질 만한 가게 안은
테이블 15개 정도가 꽉 들어차 있고 주방도 홀과
맞닿아 있는 나름 오픈키친 구조였다.
사람이 너무 꽉 차 있어서 실내 사진은 패스했고
메뉴판을 받자 마자 제일 기대했던 육회와 곱창순대크림소스?를 주문했다.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인데 의외로 가성비 좋고 양도 많고
무엇보다 이 정도 맛이면 지불할 만한 가격대였다.
기본찬으로 나오는 양배추와 된장, 도토리묵을 먹고 있자니
제일 먼저 육회가 나와 주는데 플레이팅부터
여심을 완전 저격하는 예쁜 비주얼이다.
가운데 쫀쫀하게 잘 뭉친 육회의 위로 계란 노른자와
고소한 견과류 분태, 마늘이 얹어 올라가 있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비트와 초록 잎으로 데코를 해 놓았다.
가장가리에는 소스와 곁들임요리들이 올라가 있는데
참기름장과 흑마늘, 배채와 명이나물, 무 짠지씻은 것과 절인 매실이었나
아무튼 새빨간 건과일 같은 느낌의 사이드도 나온다.
화룡점정은 치즈소스인데 요게 진짜 요물이었다.
톡톡 박혀 있었던 작은 알갱이들은 뭐 였는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은근 쫄깃한 맛을 더해주는 포인트가 되어 줬다.
육회 자체도 매우 신선한 걸 쓰는지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씹는 맛이 좋았다.
양이 적은가 싶었는데 여자 넷이서 곱창순대크림이랑
곁들여 먹다 보니 오히려 마지막엔 조금 남았을 정도다.
다들 육회 시킨다고 했을 땐 그냥 '그래라~' 싶더니
이거 왜이렇게 맛있냐고 호들갑 떨며 계속 주워 먹음.
치즈소스에 꾸덕하게 찍어 먹으면 살짝 느끼한 듯 하면서도
짜지 않고 우유 풍미 가득하게 육회를 감싸니 꿀맛이다.
흑마늘은 애들이 안 먹겠다고 해서 독차지했는데
씁쓰름 하면서도 은근 달콤한 맛이 더해져서
꽤나 어른의 육회같은 맛을 즐겨볼 수 있었다.
여긴 사실 안주도 안주지만 한식주점 답게
되게 다양한 전통주를 판매하는 이수역 맛집이다.
막걸리부터 시작해서 이강주, 죽력고, 문배술, 오메기주 등
주당 눈 돌아가게 만드는 주류 리스트업이 너무나 실했는데
심지어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날 모임에 나온 친구들이 부득이하게 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술을 마실 수가 없거나 조금만 마셔야 해서
예스더데이 라는 이름부터 끌리는 막걸리만 한 통 시켜 마셨다.
다시 가게 된다면 나의 진면목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은 곳.
적어도 안주 하나에 막걸리 세 통은 뚝딱 가능할 만한 각이다.
직원 분에게 마치 그분이 소믈리에라도 되는 양
우리가 시킨 안주랑 어울릴 만한 막걸리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이것과 여러 가지를 말씀해 주셨는데 사실 요게
제일 알콜 도수도 낮아 친구들에게 적합하고 가격대도
저렴해서 선택해 봤다.
별 기대 안 했건만 의외의 선방이었다.
고소함 위주로 골랐던 이수역 맛집의 안주와도
잘 어울렸지만 그냥 먹어도 이건 진짜 앉은뱅이 술마냥
그 자리에서 혼자 한 통도 먹겠더라.
살짝 우유와 요구르트 사이의 새콤한 풍미가 나면서도
달짝지근하면서 술 맛은 거의 안 느껴졌다.
뒤이어 나온 안주는 이 날 모두가 가장 마음을 모아
기대하고 왔던 이수역 맛집의 곱창순대크림이다.
사실 다녀온지 좀 돼서 그 이름이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이름에 충실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비주얼이었다.
곱이 꽉 찬 곱창과 순대가 소담하게 아래 깔려 있고
파프리카, 애호박, 양파, 브로콜리 등 다양한 야채들이
함께 볶아져 들어갔는데 비주얼도 심쿵이지만
아마 곱창, 크림 좋아하는 사람은 이거 무조건 좋아할 거다.
쫄깃한 새송이버섯과 떡도 듬뿍 들어 있고 아래에는
파스타 면이 적당히 익어 들어가 있다.
바게트 빵도 주는 거 지금에야 알게 되었는데
아마 친구들이 먹어보라 소리도 안 하고 먹었나 보다.
크림소스 자체는 그렇게 꾸덕한 편은 아니고 오히려
살짝 흐르는 편인데도 맛 자체는 되게 진했다.
그리고 페퍼론치노와 통후추를 살짝 갈아서
넣었는지 은근 매콤하다!
유독 매운 걸 못 먹는 나에게는 상당히 맵다고 느껴졌는데
그래도 크림소스가 적당히 중화해 줘서 맛나게 냠냠함.
순대는 솔직히 기대보다는 별로였지만 곱창 속에
곱이 그득하게 들어 있어서 씹을 때마다 은근히
씁슬한듯 녹진하게 쭉쭉 뿜어져 나와서 별미였다.
크림은 뭔들 옳다고들 하지만 요런 콜라보라면 환영이야!
일단 이수역 맛집 낯선한식븟다는 안주 맛과 가격, 양은 모두 대만족이다.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실내가 좁기도 하고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어마어마하게 시끄럽다.
나중에는 솔직히 서로가 무슨 얘기 하는지 반 정도만 알아듣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끄덕끄덕만 했을 정도니까.
그 외 서비스나 여러 면에 있어서는 아쉬움은 없었다.
집에서 거리가 꽤 있는 편이지만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그 땐 '무조건 예약'하고 갈 거고, '곱창순대크림'은 꼭 다시 먹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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