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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하남 덕풍동 맛집] 로컬포스란 이런 것이다 술꾼은 꼭 가야할 한맛인삼막걸리(오도독구이 a.k.a 오돌갈비)

by 고니마스터 2020. 6. 1.

몇 주 전인가 수원에서 직장생활 중인 남동생이 신혼집에 놀러와

술꾼남매로서 한 잔 기울이기 위해 늘 가보고 싶었던 덕풍동 맛집에 갔다.

여기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게 들었는데 실물 영접은 처음이라 두근두근.

동네 대포집 느낌으로 오도독구이라는 이색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주소: 경기 하남시 덕풍동 326-4
<한맛인삼한약막걸리>

 

위치는 덕풍시장에서 문화예술회관 방면으로

시장길을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끄트머리에 있다.

하남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덕풍시장 내 태양할인마트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새빨간 간판이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가 조금 이른 시간에 가서 실내에만 손님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는데 평소 지나가다 보면

이 앞 골목길에 테이블이 쫙 깔려 포스 장난 아니다

 

그 모습에 한 번 반해 있었고

주변에서 여기는 진짜 찐맛집, 로컬맛집이라는 칭찬을

하도 많이 들었던 터라 멀리서 온 동생 데리고 와 봤지.

솔직히 외관은 매우 허름하고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내부도 딱히 위생상태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런 것 아랑곳하지 않는 우리 남매에게는 노이슈다.

오히려 노포, 대포집 느낌이라서 너무 좋았던 덕풍동 맛집.

먹고 배탈만 안 나면 되는 일이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오후 7시 이후에 오면

웨이팅 하게 될 확률이 100%다.

실내 테이블과 외부 간이테이블 깔아주는 것까지 합치면

총 15개 테이블 정도는 될 것 같은데도

이 날 가고 그 주말에 또 갔을 때 20분 기다렸다.

아무래도 술 한잔 하는 주당들이 좋아하는 곳이라서

테이블 회전도 엄청 빠른 편은 아니니 참고할 것.

그렇다고 예약이 따로 되는 곳은 또 아니다 ㅠㅠ

기다림을 견딜 수 있다면 2차로 가기에도 좋겠고

1차로 간다면 서둘러 가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가게 이름은 한맛인삼앤한약막걸리인데

괴랄하게도 메뉴판을 보면 전혀 맥락이 느껴지지 않는다.

막걸리 시키면 장수인가 서울막걸리 줬던 거 같은데.

그게 무슨 상관이랴.

제일 유명한 메뉴는 최상단에 있는 오도독구이

하남 술꾼들 사이에서는 일명 오돌갈비라고도 불린다.

가격은 전 메뉴가 만원대에서 만원 이하로

매우x100 저렴한 편이고 가격대비 양도 많다.

 

에어컨 앞으로 자리가 딱 하나 남아 있어서

겨우 비집고 앉았는데 실내는 티비도 틀어져 있고

여기저기 떠드는 소리, 구워지며 탁탁 튀는 소리

그리고 오픈 된 주방에서 나오는 소리 등으로

당연히 조용한 편은 아니다.

 

또한 여기 가실 분들 중에 '나는 손님은 무조건 왕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서비스가 맞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주방을 남자 사장님이 혼자 보고, 서빙을 여자 사장님이

혼자 보시는데 말투나 스타일이 극 츤데레다!

 

혼자 일하시는데 손님은 워낙 많은 곳이다 보니

뭔가를 주문해도 누락되거나 늦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거 개의치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편할 거다.

틱틱대지만 인심은 또 좋아서 수박도 썰어다 먹으라고

툭 던져주시고 소주 알아서 꺼내가니 이쁘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결코 이거 땜에 좋아하는 거 아님. 진짜 아님.)

 

주문을 하면 기본찬으로

양파절임이랑 콩나물김치국, 절인 마늘과 산고추를 주는데

국에 숟가락 푹 담가주는 스타일도 호불호 좀 갈리겠다.

김치콩나물국 진짜 칼칼하고 시원하게 잘 끓어 나온다.

주당 둘이 오랜만에 만나는 바람에 

이 김치콩나물국 레시피 궁금하다면서

자연스럽게 소주 한 병 까고 시작했다.

 

이 날은 오도독구이 2인분+돼지껍데기+무뼈닭발+오도독구이 1인분 추가

이렇게 시켜서 둘이 먹었다 ^^...

다시 강조하지만 여기 가격대비 양 꽤 많다.

남동생이 워낙 대식가라서 먹방을 하고 온 것 뿐.

소주는 한 다섯병 마셨나...

주문하고 잠깐 기다리고 있으면 

주방에서 맛깔나게 칼집을 내어 양념에 재운

오도독갈비를 그대로 서빙해다 준다.

접시에 투박하게 덕지덕지 양념을 묻혀주는 스타일 역시

이제는 말 안 해도 호불호 알아서 판단하시리라 믿는다.

양념은 매우 진한 갈비소스st다.

고기를 보면 선분홍빛 육질 사이로 하얀 부분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데 저게 지방질이 아니고

전부 뼈다 뼈.

오도독구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어느 부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뼈가 두툼하게 붙어있던

고기를 섬세하게 칼집을 입혀서 나오는 거다.

뼈를 완전 조사주듯이 다져놓았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거의 다진마늘이 붙어 있는 듯 보인다.

이대로 연탄불을 넣어준 불판 위로 올리면 되는데

양념 뚝뚝 떨어지니 뜨겁더라도 불판 위에서 올릴 것!

 

 

연탄불을 바로 넣어 주는 판 위에 직화로 구이하니

화력이 진짜 어마어마하다.

위에 닥트시설이 은근 잘 돼 있어서 연기가 확 풍기지는 않고

냄새도 고소한 향이 솔솔 올라온다.

양념이 겉면부터 속까지 꽤 잘 배어있기 때문에

타지 않도록 신경 써서 구워야 한다.

둘이 가니까 술 마시랴 구우랴 정신 없었다.

 

생각보다 금방 익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뼈에 붙어 있는 고기 부위이니까

자기 자신을 너무 믿지는 말고

타기 직전까지 기다리며 완전히 익혀 먹을 것!

우리는 두어번 정도 이제 다 익은 것 같다며

입에 넣었다가 생고기를 맛 봤다.

 

고기를 되게 길게 쭉 이어주는 스타일이라서

어느 정도 익었으면 가위로 잘라 줘야 한다.

자른 다음에는 불판 위에서 굴리듯이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우면 불향 싹 입혀짐.

 

자르는 건 의외로 잘 잘라진다.

오돌뼈를 잘게 부숴 놓아서 그런지

생고기보다 훨씬 덜 질기게 확확 잘 잘라져서

속이 다 시원했다.

한 점 먹자 마자 안 그래도 큰 눈을 땡그랗게

뜨는 동생을 보니 와, 오늘 제대로 온 것 같다.

 

진짜 맛있다.

긴 수식어 필요 없고 만원에 이정도 맛이라면

부위고 원산지고 필요없고 그냥 먹을 가치가 있다.

양념 자체도 달짝지근하면서 적절히 짭짤해서

중독성이 엄청난데 더 대단한 건 식감이다.

오도독구이라는 이름 지은 사장님 그랜절 받으세요.

입 안에서 오도독 소리를 내며 와작와작 씹히는데

그 사이에서 살코기 속 육즙이 양념과 함께

쭉쭉 배어나오고 뼈도 딱딱하지 않다.

이가 진짜 약한 우리 신랑은 나중에 나랑 갔을 때

먹고는 이거 이 약한 사람은 못 먹겠다 라더니

제일 잘 먹었다.

간혹 손질이 조금 덜 돼서 유독 딱딱하고 큰 뼈가

씹힐 때도 있으니 고건 유의해야 할 듯 하다.

하지만 이건 분명 경쟁력 있는 맛이고

나와 남동생에게는 재방문 의사 확실한 덕풍동 맛집이었다.

양도 많아서 한 판 뚝딱 해치우고 바로 올려도 넉넉해.

 

이건 신랑이랑 셋이 또 갔을 때 사진이 섞여 들어갔네.

잠깐 잊고 있었지만 소주잔 옆에 보이는

새빨간 양념장 저건 오도독구이를 절인 소스와는

다른 맛이 나는데 엄청x10 맵다.

되게 확 쏘는 매운맛이 감도는 소스인데

매워죽겠다고 앓는 소리 내면서도 자꾸만

찍어 먹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히든메뉴가 있는데

서빙 보시는 여사장님 안 바빠 보이거나

지나가시는 길이면 슬쩍 '달랑무...'라고 해보자.

"아 갖다 줄라 그랬어!"

라는 츤데레스러운 말과 함께

인심도 좋게 산더미처럼 쌓아주는 총각김치를 준다.

이건 단골들은 무조건 받아 먹는 듯 했는데

의외로 잘 익었고 시원한 맛도 좋은 김치다.

술 안주로도 그만이니 이거 보고 간다면

은밀하게 스파이가 접선하듯 달랑무를 속삭여 보자.

 

양파절임도 야들야들 얇게 잘 저며져서

촉촉하니 오도독구이랑 환상의 조합이다.

이제 보니 저거 살짝 덜 익었었네.

아무렴 어떠랴 그저 맛있다고 젓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이다 왔던 덕풍동 맛집이다.

적당한 기름짐, 차별화 된 식감

그리고 아마 호불호는 없을 듯한 양념 맛까지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곳.

 

닭발이랑 라면도 시켜 먹었는데 사진이 없다.

블로그 똑바로 하려면 술 좀 줄여야할 듯.

돼지껍데기 등장했을 때의 자태는 남아 있네.

솔직히 7천원이라는 미친 가격에 이렇게 쌓아주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이거 진짜 꼭 먹어야 한다.

어차피 돼지껍데기는 먹어도 배도 안 부르니(응?)

이거 제발 꼭 먹고 오자.

비주얼만 놓고 보면 요새 유행하는 카스테라껍데기니

벌집껍데기니 철판껍데기니 그런 것들에 비해 평범한데

맛이 그냥 난리난다.

꼬들꼬들하면서 되게 녹진하고

누린내도 거의 없이 돼지껍데기 본연의 맛이

무엇인지 클래식하게 잘 보여주는 맛이다.

 

가격도 요즘 술집 답지 않게 매우 저렴한데다

특색있는 오도독구이, 경쟁력 있는 돼지껍데기

그리고 쌀쌀 맞은 듯 하지만 한 번 웃어주면 마음이 풀리는

츤데레식 서비스까지 개인적으로 여긴 5점 만점이다.

앞으로 약속 잡을 때 1, 2, 3차 중 하나쯤은

꼭 끼워 넣을 필수코스 덕풍동 맛집.